다양한 2차전지의 원료물질.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다양한 2차전지의 원료물질.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한국무역협회와 KDB산업은행이 주최하는 'Next Rise 2024' 행사가 지난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500개가 넘는 참가 벤처기업 다수는 한국계였지만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독일, 스페인, 미국 등에서 참가한 100여개 해외기업들도 전시장을 빛냈다. 현대자동차, LG전자, KT&G, 콘텐츠진흥원, BMW 등 다수의 대기업과 공공기관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별도 부스를 꾸몄다.

200개에 가까운 스마트업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소개하는 별도의 발표회를 진행했고, 참가기업들은 평균적으로 6번정도 재무적 투자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매일 1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시장을 분석하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았고 열정적인 벤처기업 대표들과 소통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매우 유연해진 PCBA 제품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매우 유연해진 PCBA 제품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국시장에서 벤처기업들에 투자하는 자본가들은 성격에 따라 크게는 AC, VC, PE 등으로 나뉜다. 액셀러레이터라고 불리는 AC는 초기단계의 벤처기업들을 주로 지원한다. 이들은 투자뿐 아니라 창업자에 필요한 다양한 멘토링, 네트워킹,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VC는 초기벤처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이미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한 시리즈A 이상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한편 PE는 가능성이 검증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로 진행한다.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들이 PE로 활동하기도 한다.

전시회 등에서 비전과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설명한 일부 기업들은 훌륭한 투자자들을 만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는 보통은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이미 전설 속 유니콘처럼 찾기 힘들고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유니콘기업은 대략 22개 정도인데 미국, 중국, 인도, 영국, 독일 다음으로 많은 규모이다.

미래에 각광을 받을 도심형 이동장치. 사진=여정현 제공.
미래에 각광을 받을 도심형 이동장치. 사진=여정현 제공.

 

작년 한해 동안 부각된 유니콘 기업들을 살펴보면 당근마켓, 무신사, 위메프 등 전자상거래업체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며 K-Beauty 열풍으로 지피클럽 등의 화장품 기업들도 유니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전시회에서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이노베이터상'을 수상하며 부각되었는데, AI나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수상기업 중 스트라드비전은 AI기반 영상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스카이랩스는 환자들의 혈압 등을 전자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이미 IT산업에 전반에 커다란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지속적으로 불어넣는 가운데 관련 분야의 인수합병도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폐쇄형 인공지능 계열의 대표주자인 오픈AI는 방대한 DB에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도록 하는‘록셋(Rockset)’을 인수한데 이어, 줌과 유사한 화면공유 협업 서비스를 개발한‘멀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AI아바타를 소개하는  스페인벤터기업인과 참관객ㄷㄹ.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AI아바타를 소개하는 스페인벤터기업인과 참관객ㄷㄹ.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번 전시회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전체적으로 AI에 집중되었다. 스페인업체 AiMA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국어를 원활하게 인식하고 실시간 통역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선보였으며, 베링랩 등은 AI를 활용한 다국어 계약서 번역기술을 선보였다. 아바타를 활용하여 고객 상담을 진행하는 AI 휴먼 기술은 이미 상당히 보편화 되었다. 

가상화된 아바타들은 현장설치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여러 인공지능과 API로 소통하며 보다 전문성이 높은 답변을 내어놓는다. 나날이 진보하는 AI를 적극 활용한 로봇들도 많은 벤처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욱 유연해진 로봇들은 컵의 물을 쏟지 않고 안전하게 액체들을 운반하며, 다관절로봇은 사람이나 가축의 보행기술을 최대한 모방해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6월, 환경문제에 점증하는 관심은 선인장으로 가죽을 만드는 기업이나, 저온에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업 등 환경테크기업에 쏠리기도 했다.

올해 전시회에서는 우주개발 기업들이 다수 등장한 것이 특징이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달궤도를 도는 위성을 발사하고, 2032년까지 자체 기술로 무인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원대한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시회에 출품된 양자컴퓨팅 모형.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전시회에 출품된 양자컴퓨팅 모형.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편 나날이 발전하는 나노기술은 양자컴퓨터의 연구에 활용되기도 하고, 유연하게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나 PCBA의 형태로 탄생했다. 소형화된 디스플레이는 안경알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고, 원격수리나 가상체험에 활용되고 있었다. 소형화되고 기능이 다양해진 모바일 컴퓨팅의 보급이나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편화는 2차전지 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부 기업은 폐건전지에서 리튬 등의 광물을 효과적으로 추출하는 다양한 기술을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500여개의 벤처기업들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시장접근 전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전시회를 달구었던 스타트업들의 비전과 열정은 새로운 투자자들을 만나 미래를 밝힐 성장의 밑거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에서 근무했으며,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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