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기린(Qilin) 배터리. 출처=CATL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기린(Qilin) 배터리. 출처=CATL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최근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량생산에 있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를 앞선다는 평가를 담은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K-배터리 기업들이 LFP를 늦게 시작한 건 맞지만 LFP 기술 자체에 난이도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이 배터리 강국으로 2024년 상반기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추정하고 있다”면서 “서방의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중국의 시장점유율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중국 공급업체로부터 성공적으로 철수하기 위해서는 서방 국가들이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국 배터리 3사와 협력으로 대안을 찾아야 하지만 한국 배터리 3사에 의존하기에는 중국 라이벌의 기술력에 뒤처지기 때문에 단점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외신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3.5%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현재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대량 생산을 늘리는 데 성공한 업체들이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LFP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한국 업체들이 주력으로 하는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밀도와 무게, 주행거리 등에서 단점이 있다. 다만 최근 중국 기업들이 꾸준히 약점을 개선한 제품을 출시하는데다 삼원계보다 원가 절감에 유리한 점 등이 있다.

로이터는 또 중국 내수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시험하기에도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된 전 세계 특허 출원의 약 5분의 2가 중국에서 이뤄진다고 외신은 전했다.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도 중장기 관점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의 위험성을 줄이고 주행거리가 늘린 배터리로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다. 하지만 '꿈의 배터리'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개발 및 양산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 빠른 상용화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신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위한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중국이 대량 생산과 혁신 모두에서 우위를 잃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산 배터리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월부터 6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점유율 1위는 전년대비 12.1% 성장한 44.9GWh(기가와트시)로 집계된 중국의 CATL로, 점유율 27.2%였다. CATL의 배터리는 현재 테슬라 모델 3와 Y, BMW iX, 벤츠 EQ 시리즈 등에 탑재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도 CATL의 뒤를 이어 2위부터 4위까지를 차지했는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1.8%p 떨어진 46.8%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이 26.5%로 2위였고, 그 다음으로 SK온과 삼성SDI도 점유율이 각각 10.5%와 9.9%였다. 

SNE리서치는 “CATL은 올해 4월 고성능 LFP 배터리를 출시했고, 하반기 NCM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2개의 배터리 신제품 모두 이미 탑재 차량을 다수 확정 지어놓은 상황으로 점유율 추가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내 LFP 배터리 생산비중은 2027년 50%를 돌파, 삼원계를 압도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경쟁력 톱 티어 기업으로는 CATL과 비야디(BYD)가 있다.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 매출액이 100억 달러 이상으로 매출 규모면에서 타업체들과 격차가 상당하다. 

다만 최근 중국 전기차에 대한 주요국들의 관세 부과 결정에 따라, 한국 배터리사들이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SNE리서치는 “지난 5월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 관세 부과를 발표했고 지난 7월 4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잠정 상계 관세율을 부과하기 시작했다”면서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의 판매량 성장세가 다른 지역보다 둔화 현상이 심각해 한국 배터리 3사의 유럽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유럽연합(EU)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는 한국 배터리 업체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K-배터리의 LFP배터리 기술력이 정말로 중국산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게 된 걸까.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K-배터리 기업들이 LFP를 늦게 시작한 건 맞지만 LFP 기술 자체에 난이도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5년부터 자동차용 LFP 양산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전고체 생산은 2030년 이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6년 예정된 고분자계 전고체 대신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집중할 전략이다. 이에 대해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는 황화물계가 우세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올해 3월 현재 양산 중인 각형 배터리와 비교해 약 40%가량 향상된 에너지 밀도인 900Wh/L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및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 개선과 혁신적인 무음극 기술을 통해 음극의 부피를 줄여 양극재를 추가함으로써 업계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예전에 LFP를 생산했지만 당시 전기차에서 요하는 에너지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NCM에 집중하게 된 것”이라며 “K-배터리사들이 조금 늦게 시작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LFP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중국만큼 가격 경쟁력이 나오려면 준비를 해야 되는 상황이 좀 있는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일관성 있는 정책과 풍부한 시장을 통해서 입증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은 (한국과 서방과 달리) 저가로 불법 보조금도 워낙 많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LFP 배터리가 가격도 싸고 내연성도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는 더 이상 기술개발이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단점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LFP가 리사이클링이 어렵다는 것이다. LFP의 리사이클링이 10-15% 수준인데 반해 NCM의 경우 95% 이상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계속 개발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가격이나 내화성 이슈도 시간이 지나면 업그레이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