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왼쪽부터)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코리아] 완성차업체 글로벌 3위 현대자동차그룹이 5위 제너럴모터스(GM)와 손을 잡았다. 차량 공동 개발, 생산부터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까지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동맹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GM은 지난 12일 미국 뉴욕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잠재 협력 분야로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생산을 선정했다. 또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을 검토해 유연성과 민첩성을 바탕으로 공동의 역량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협업 내용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자동차와 GM은 글로벌 주요 시장 및 차량 세그멘트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향상시켜 고객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는 “양사의 이번 파트너십은 체계화된 자본 배분을 통해 제품 개발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면서 “상호 보완적인 강점과 능력 있는 조직을 바탕으로 규모와 창의성을 발휘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와 포괄적 협력을 맺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와 GM이 협력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최근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현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또 세계 2위인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업계 위기감이 커지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할 구체적 차종과 출시 시점, 생산 거점 등은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전기뿐만 아니라 수소 기술이 이번 협업 분야에 포함된 것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일찌감치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 에너지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투자를 확대해왔다. 

지난 1998년 수소 관련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한 이후 2013년에는 투싼 iX 수소차를 발표하며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 양산에 성공했다. 또 2018년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한 현대차는 수소차시장에서 우위를 굳히기 위해 내년 2.5세대 연료전지를 탑재한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수소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 2월 R&D(연구개발)와 생산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기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통합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과 관련된 설비, 자산뿐 아니라 R&D 및 생산 품질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한 곳으로 모아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글로벌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으며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수소위원회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가네하나 요시노리 가와사키 중공업 회장 후임으로 장재훈 사장을 공동의장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19년 수소위 공동의장이었다. 

수소차는 운행 후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궁극의 친환경 차로 꼽힌다. 또 충전 시간은 짧고, 주행거리가 전기차보다 길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수소버스를 포함한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크게 떨어져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지금 바람직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몇몇 환경단체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수소차 시장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 총판매량은 23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점유율 1위였던 현대차는 넥쏘와 일렉시티를 691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2%나 급감한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올해 전체 수소차 판매량에 대한 구체적인 예측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간 판매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수소기술의 경우 지금이 아닌 전기차 이후의 세대를 위한 것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면서 “GM이 일부 수소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상용화시킬만한 수준은 안 된다. 현대차는 이미 수소 승용/사용차 외에 청소차도 계발이 다 된터라 이런 기술을 공유해 미국 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의 픽업트럭과 하이브리드 기술/시장 공유 외에 미국내 현대차의 점유율 상승, 한국 GM 유지 명분 등 현대차가 GM과의 협력을 통해 다방면에서 (자동차 시장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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