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가위 한마당 행사에서 학생들이 경희궁으로 삼행시를 짓고 있고 있는 모습. 사진은 본문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 출처=뉴시스
2023년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가위 한마당 행사에서 학생들이 경희궁으로 삼행시를 짓고 있고 있는 모습. 사진은 본문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된 덕(?)에, 우리의 자녀들은 학교에서도 태블릿으로 공부를 하고, 놀 때에도 스마트 폰 안에서 놀며, 소셜 미디어 등의 인터넷 세상에 늘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 기기 대중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고 스티브 잡스는 집에서 자신의 자녀들에게 인터넷 사용에 있어 엄격한 제한을 두었다 한다. 또한 최첨단 IT 산업이 밀집되어 있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여 교육하는 학교에 보내기보다는 오히려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여 클래식하게 교육하는 학교에 보내는 일을 선호한다 한다. 

우리 사회의 자녀들이 스마트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 안타까운 상황을 스마트폰을 개발한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고자 화두를 꺼낸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자녀들이 늘 가상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이 모습은 분명 IT 개발자들이 원했던 세상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핵물리학을 발전시킨 과학자들이 핵무기를 바랐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가운데, “남자 아이들은 게임으로 망하고, 여자 아이들은 톡으로 망한다”는 푸념 섞인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오늘날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과도하다는 데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또한 설문 결과를 보면 대다수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일정부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불안 세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아동/청소년이 14살이 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을 제공하지 말고 기본 휴대폰만 제공해서 24시간 내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하며, 16살이 되기 전까지 소셜미디어를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그 근거로 2010년대 이후 IT 기기 영향으로 십대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2~3배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까지 자녀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일이 다소 과도하며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 여기는 정서가 있었기에, 아동들의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에 있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아동들의 뇌 발달을 고려할 때 어떤 형태로든 그들에게 스마트폰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의 느낌과는 달리, 과학적 현실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몇몇 선진국들은 그러한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여러 형태의 규제를 이미 시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는 2010년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부터는 초·중등학교 내 스마트 기기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더불어 13세 미만은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18세 미만은 소셜 미디어에 접속할 수 없게 하는 정책도 논의 중이다.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 전문가 10명이 소셜 미디어 사용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하기에 이를 제한해야 한다며 제출한 보고서가 실제 법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네덜란드, 미국, 영국, 호주 등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와 인접한 나라 중에는 2015년부터 시행된 대만의 ‘아동·청소년 복지 권익 보호법’이 있다. 18세 이하 청소년이 디지털 기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골자인데, 아동/청소년들은 스마트기기 사용 시 30분마다 휴식을 취해야 하며, 이를 관리하지 못한 부모에게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역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취해진 조치였다. 

사실 복잡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지 않아도, 우리 부모와 교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아동/청소년들이 가상 세계에 빠져 있는 것보다는, 나가서 뛰어 놀고 자연도 경험하며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사람을 만나며 봉사/운동 등 여러 활동을 즐기는 모습이 훨씬 더 건강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말이다. 

필자의 자녀들이 속해 있는 교육 공동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녀들의 스마트폰 소유 및 사용을 견고하게 제한해 오고 있다. 조너선 하이트가 제안하기 전부터 우리 교육 공동체의 자녀들은 기본 휴대폰만 사용해 왔다. 스마트기기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부모/교사의 허락 하에 그들의 것을 잠시 빌려 사용하도록 하여, 그들의 건강한 뇌 발달을 돕고 있다. 

그 효과는 놀랍다. 우리 공동체의 자녀들은 기계와 놀지 않고 주위 사람들과 논다. 또한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을 껄끄러워 하지 않는다. 축구·야구와 같은 스포츠나 팔방 같은 전통놀이를 즐기고, 실내에서는 쉽게 책에 손이 간다. 세상에 이런 모습을 바라지 않을 부모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일을 위해서는 용기와 연합이 필요하다. 그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가상 세계와 ‘연결 해제(unconnected)’되어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일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 다루고자 한다. 

[필자 소개] 이송용 순리공동체홈스쿨 교장, 전 몽골국제대학교  IT 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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