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마지막 남은 석탄화력발전소가 9월말 문을 닫는다. 사진은 일반적인 석탄 화력발전소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 사진=픽사베이 
영국의 마지막 남은 석탄화력발전소가 9월말 문을 닫는다. 사진은 일반적인 석탄 화력발전소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 사진=픽사베이 

[이코리아] 영국의 마지막 남은 석탄발전소가 이번 달 말에 문을 닫는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의 노팅엄셔주에 있는 석탄 화력 기반의 래트클리프 석탄발전소가 이달 말 폐기 절차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57년 전인 1967년에 전력 생산을 시작하였으며, 발전 용량은 2000메가와트로, 이는 2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2008년에 래트클리프를 유럽 대륙에서 18번째로 오염이 심한 발전소로 선정한 바 있다. 

해체 작업은 오는 10월 시작돼 약 2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발전소 직원 170여 명 가운데 해체 작업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일자리를 유지한 채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가 소유한 이 발전소는 향후 탄소 제로 기술 및 에너지 허브가 될 전망이다. 유니퍼는 이미 래트클리프 부지에 기술 센터를 두고 있으며, 그곳에서 발전 분야의 연구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발전소 폐쇄 작업이 끝나면 영국은 G7 국가 가운데 최초로 석탄 발전을 완전히 퇴출한 국가가 된다. 기존에 약속했던 2025년보다 1년 앞서 석탄 발전을 퇴출하는 셈이다. 이는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퇴출하기로 약속한 캐나다와 이탈리아 등 다른 G7 국가들보다 6년 앞서 시행한 사례다. 

영국이 이처럼 석탄퇴출을 앞당길 수 있던 배경은 뭘까. 

영국은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해 다른 어떤 주요국들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2019년 6월에 ‘기후변화법’을 수정하면서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였던 1990년 대비 2050년 80% 감축을 2050년 순배출 ‘0’(제로) 달성으로 수정하고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 

영국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 원자력 발전을 급속히 늘려 2035년까지 완전한 청정전기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2021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태양광, 풍력 등과 함께 수력 및 바이오 등을 모두 합칠 경우 2019년 발전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8.8%에 달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지열 등만 따졌을 때 1990년 대비 연평균 증가율이 36%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여주었다. 2023년 기준 영국 전체 전력 수요 가운데 34.7%는 천연가스, 32.8%는 재생에너지, 11.6%는 바이오에너지, 13.8%는 원자력 발전이 공급했다.

석탄의 경우 20세기 초 영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95% 이상을 생산하는 데 사용됐지만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1%로 떨어졌다. 특히 2015년을 전후해 영국에서는 석탄발전소 건설비용이 1GW당 1.6조원 수준까지 상승했는데 이에 따라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신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영국의 2050 탄소중립 전략 수립동향' 보고서를 통해 “영국은 장기적인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통한 산업구조 및 기술 혁신을 위해 재생에너지, 수소, 원자력, CCUS, 에너지효율 등 특정 기술에 대한 배제 없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과거에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국가로서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다시 한 번 ‘녹색’ 산업혁명을 일으키고자 하는 국가적 전략이 근저에 깔려있음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는 전 세계 금융허브 역할을 탄소중립 시대에도 이어나가기 위해 ‘녹색금융’을 별도의 중점분야로 선정한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국의 탄소중립 전략은 탄소를 매개로 한 전방위적인 산업 부문과의 연계 전략과 신기술 집중 육성, 수요부문에서의 대폭적인 에너지전환 노력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정책은 그 내용이나 범위로 봤을 때 필연적으로 기존 에너지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의 석탄발전 상황은 어떨까. 

국내 석탄화력 발전 폐지는 아직 검토된 게 없다. 올해 5월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석탄과 LNG를 합한 화석연료의 비중이 42.5%에 달한다. 또 석탄발전 비중은 2030년 17.4%, 2038년 10.3%나 되면서 국제에너지기구 등이 말하는 선진국의 2030년 탈석탄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는 앞으로 기후위기, 기후재난은 더 거대해지고 가혹해질 것이라며 신규화력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2030년까지 폐쇄하는 정의로운 탈석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탈석탄법 발의를 준비 중인 가운데 오는 7일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열리는 907 기후정의행진에 전국의 탈석탄 시민사회연대가 참여할 예정이다.

기후솔루션 조직소통팀 정기춘 캠페이너는 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석탄과 함께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의 탈석탄 소식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10년 전 영국 전력생산의 40%를 담당했던 석탄발전을 올해 완전히 폐쇄한 것은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면서 “기후위기 대응 가능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한국도 (11차 전기본 등을 통해) 빠른 탈석탄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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