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은행 영업점 감소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지역별 은행 영업점 감소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은행 영업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노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계속 지연되고 있는 은행 대리업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은행 영업점(출장소 포함) 수는 지난 2015년 7161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5747개로 1414개(△19.7%)나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가장 많은 은행 점포가 문을 닫은 곳은 서울시(605개, △26.3%)였으며, 감소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구시(106개, △26.8%)였다.

시기별로 보면, 은행 점포 수는 매년 꾸준한 감소하다가 코로나19 기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 거래가 제한되면서 은행 또한 이를 계기로 상당 수의 영업점을 폐쇄한 것. 실제 2020~2022년 3년간 총 909개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았는데, 이는 2015~2023년 전체 감소분(1414개)의 64%를 차지한다. 9년간 폐쇄된 은행 점포 3곳 중 2곳은 코로나 시기에 문을 닫은 셈이다. 

은행 점포 수가 줄어들면 비대면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은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소외 심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금융당국도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은행 점포를 폐쇄하기 전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 등 기존 점포를 대체할 수단을 마련하지 않으면 점포를 폐쇄할 수 없도록 한 것.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은행 점포 감소 추세는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은행권의 사정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영업점을 다시 확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은행 점포 축소에 따른 금융소외 현상을 해소할 대안으로 ‘은행대리업’이 거론된다. 은행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은행의 일부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한국과 같은 문제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경우 이미 지난 2002년부터 은행대리업을 도입해 금융소외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 대형은행들은 지난 1995년 이후 15년간 점포 수를 약 35%나 감축했는데, 은행대리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서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한 것. 

일본 은행들은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다른 은행과 함께 공동점포를 설치하거나, 관계사 및 비금융사 등에 은행 업무 일부를 맡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은행대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초은행(우편저축은행)의 경우 약 3000개의 우체국을 대리점으로 활용 중이며, 다이와증권그룹도 자회사인 인터넷전문은행 업무를 증권 지점에서 대리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금융취약계층에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오프라인 점포 운영의 비용을 최소화한 것. 

다만 국내에는 아직 은행대리업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관련 입법 및 규정 개정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11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대리업 도입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금융위는 예‧적금, 유가증권 등의 계좌 개설‧해지, 입금‧지급 업무, 자금 대출‧어음 할인 업무, 내‧외국환 업무, 채무보증‧어음인수 업무 등 내부통제업무를 제외한 은행의 본질적 업무를 모두 위탁 가능하도록 허용하거나, 본질적 업무 중 대출금리 산정, 자금보관 등 핵심업무를 제외한 비핵심 업무만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대리업이 허용될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도 함께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해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은행대리점이 다양한 형태로 은행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전통 은행 지점에서 업무수행 시보다 잠재적 위험 발생 가능성이 높다”라며 “은행 등의 위탁자 관리·책임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함으로서 업무 위탁·대리기관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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