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보기 싫어지는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단위: %)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가 보기 싫어지는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단위: %)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이코리아] 뉴스를 보지 않고 의도적으로 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과도한 정보량과 부정적인 소식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언론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22일 발간한 미디어이슈에 실린 ‘누가, 왜 뉴스를 회피하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최근 뉴스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9일까지 20세 이상 3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 뉴스 이용과 뉴스 회피’에 관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2.1%가 “요즘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회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메가알앤씨가 수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79%p다. 

정치적 성향별로 보면 스스로를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이 ‘진보’라고 응답한 이들보다 뉴스를 회피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스스로를 ‘매우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 중 76.6%가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뒤는 ‘대체로 보수’ 74.2%, ‘중도’ 72.9%, ‘대체로 진보’ 67.4%, ‘매우 진보’ 66.7%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뉴스 회피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7.3%에 불과한 반면, 30대 이후로는 모두 70%가 넘었다. 특히 50대는 78.3%로 뉴스를 회피한 적 있다는 응답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보수적인 중장년층의 뉴스 회피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 결과가 나온 셈이다. 

◇ ‘반복된 정치 뉴스’에 지친 뉴스 소비자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이 뉴스를 의도적으로 피하도록 만들었을까?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들에게 언제 뉴스가 보기 싫어지는지 물으니, ‘정치적 사건, 이슈들이 너무 많을 때’라는 응답이 64.7%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뉴스에 나올 때’ 53.4%, ‘반복적으로 너무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올 때’ 52.9%, ‘사회적인 갈등 이슈들이 너무 많을 때’ 52.4%, ‘끔찍하거나 불편한 뉴스들이 너무 많을 때’ 47.2%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개인적으로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 19.5%, ‘시간이 없을 때’ 11.3% 등 개인적인 이유로 뉴스를 회피한다는 응답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부정적인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갈등에 대한 뉴스가 과도하게 쏟아질 때 뉴스를 피하려는 경향이 강화되는 셈이다. 

‘뉴스를 회피하는 이유’에 대한 응답도 ‘뉴스를 회피하게 만드는 상황’에 대한 응답과 연결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뉴스를 회피하는 이유를 5점 척도로 질문했는데,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온 항목은 ‘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어서’(3.79)였다. 이는 ‘뉴스를 피하게 만드는 상황’ 1순위로 ‘정치적 사건, 이슈들이 너무 많을 때’가 꼽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 다음은 ‘뉴스에 보고 싶지 않은 인물들이 나와서’(3.78), ‘특정 주제(정치 등)를 너무 많이 다뤄서’(3.73),  ‘안 좋은 뉴스(부정적인 뉴스)가 너무 많아서’(3.62), ‘뉴스가 뻔하고 비슷비슷해서’(3.53) 등의 순이었다. 

◇ 뉴스 회피는 전 세계적 문제, ‘사회적 무관심’ 부작용 우려도...

독자들이 뉴스에 피로감을 느끼고 회피하는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47개국 9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9%가 ‘가끔 또는 자주 뉴스를 피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17년(29%)보다 10%p 증가한 것으로, 보고서가 처음 발간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이들이 뉴스를 회피하게 된 이유라고 응답한 내용도 한국과 비슷하다. 보고서는 뉴스 회피자들은 미디어가 반복적이고 지루하며, 우울한 내용의 뉴스로 인해 불안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39%는 전쟁, 재난, 정치 관련 뉴스들을 언급하며 최근 쏟아져나오는 보도량에 지쳤다고 응답했다.

뉴스 회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자칫 정치·사회적 무관심,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의 범람, 사회적 신뢰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뉴스 회피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5점 척도로 질문한 결과, ‘우리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시민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응답이(3.732)로 가장 높았다. 그 뒤는 ‘잘못된 정보나 가짜뉴스가 퍼지기 쉬워질 것이다’(3.725), ‘중요한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가 낮아질 것이다’(3.60), ‘사회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질 위험이 있다’(3.56) 등의 순이었다.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들이 모든 항목에 대해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뉴스 회피의 부작용을 더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뉴스를 회피한 사람들도 대부분의 항목에 3.5점 전후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 뉴스 회피, ‘만능키’는 없다?

뉴스 회피의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독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뉴스는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뉴스 이용자 수요조사도 함께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72%가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주는 뉴스’를 꼽았다. 또한 ‘특정한 주제와 사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뉴스’(67%), ‘시사 이슈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공하는 뉴스’(63%), ‘일상에 필요한 실용적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뉴스’(60%) 등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재미있는 뉴스’(47%)는 다른 항목에 대해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낮았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뉴스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뉴스 업데이트보다 주변 세계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맥락과 더 넓은 관점을 제공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라며 “대부분의 사람은 뉴스가 더 재미있어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개개인에게 더욱 유용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돕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민간기관 ‘본 인스티튜트’ 창립자인 엘렌 하인리히스와 디지털 뉴스 리포트 수석 저자인 닉 뉴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열린 국제 저널리즘 페스티벌에서 뉴스 회피에 대응하기 위한 7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이들은 ▲간결하고 유용한 뉴스 ▲강력하고 공감할 수 있는 휴먼스토리 ▲잠재적 독자의 필요와 관심에 귀 기울이기 ▲보도국 구성원의 다양성 제고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한 새로운 보도 형식 개발 ▲정치인이나 선정적 이슈가 아닌 중요 정책 중심의 건설적인 정치 뉴스 작성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희망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 추구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언론사들은 뉴스 회피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지만, 뿌리 깊은 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뉴스를 회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석연구위원과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또한 “뉴스 회피의 주된 원인이 국내 정치 뉴스의 편향성에서 기인하고, 사람들은 국내 정치 뉴스를 즐겨보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보기 싫어한다”라며 “보기는 싫지만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정치 뉴스를 언론사들이 지금까지와 같은 관행으로 만든다면 뉴스 회피 현상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제 언론은 뉴스 이용자들이 원하는 균형잡힌 뉴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뉴스, 문제 지적이 아닌 해결책을 같이 제시하는, ‘건설적인 저널리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독자가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에 대한 답 찾기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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