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 나무 열매: 남보라색의 팽팽한 열매가 달린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댕댕이 나무 열매: 남보라색의 팽팽한 열매가 달린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코리아] KB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가구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반려동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등 우리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강아지에 대한 애정을 담은 신조어로 ‘댕댕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나무 중에도 이 표현을 담고 있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댕댕이나무다.

댕댕이 나무 잎: 매끈하고 동글동글하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댕댕이 나무 잎: 매끈하고 동글동글하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댕댕이나무라는 이름은 사실 신조어 ‘댕댕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댕댕이나무는 우리말 ‘댕댕하다’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댕댕하다’라는 말은 안이 꽉 차서 팽팽하다는 의미인데, 댕댕이나무의 열매는 실제로 영롱한 남보라색에 단단하고 팽팽한 것이 특징이다.

필자는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에서 처음 댕댕이나무를 만났던 기억이 있다. 해발고도 1,700m가 넘는 설악산의 강한 바람과 척박한 땅에서 낮은 형태로 자라고 있는 이 나무를 만났을 때 너무나도 설렜다. 매끄럽고 동글동글한 잎과 영롱하게 맺힌 남보라색 열매는 반려동물 ‘댕댕이’ 못지않게 귀여운 모습을 갖추고 있으면서, 다른 나무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숨은 매력이 넘쳤기 때문이다.

구슬댕댕이 열매(미성숙); 연두색 주머니(포)가 열매를 감싸고 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구슬댕댕이 열매(미성숙); 연두색 주머니(포)가 열매를 감싸고 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구슬댕댕이 열매; 붉은색 영롱한 열매가 달린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구슬댕댕이 열매; 붉은색 영롱한 열매가 달린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댕댕이나무와 이름이 비슷한 구슬댕댕이가 있다. 구슬댕댕이라는 이름은 댕댕이나무와는 다르게 열매가 구슬 모양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구슬댕댕이는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열매를 감싸고 있는 갈색 주머니 모양의 껍질(포) 안에서 구슬처럼 영롱한 붉은색 열매가 나오는 것이 매력적이다. 필자가 올해 방태산에서 만난 구슬댕댕이는 영롱하면서도 향기로웠다. 현장조사를 위해 초여름 산속을 헤매던 중 구슬댕댕이의 향기로운 연노랑 꽃을 보자 한여름의 더위가 말끔히 씻기는 듯했다. 게다가 잎과 줄기에는 거친 털이 많이 나 있어, 귀엽고 영롱한 열매와는 대비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나무이다.

구슬댕댕이 꽃; 흰색꽃이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구슬댕댕이 꽃; 흰색꽃이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구슬댕댕이 줄기 : 거친 털이 많이 돋아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구슬댕댕이 줄기 : 거친 털이 많이 돋아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괴불나무는 댕댕이나무, 구슬댕댕이와 열매가 달린 모습이 좀 다르다. 괴불나무는 꽃 모양이 어린이들의 주머니에 매단 삼각형 비단 노리개 장식(괴불)을 닮아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괴불나무 꽃은 처음에는 흰색으로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특징이 있다. 또한 괴불나무 열매도 가을에 작고 동그란 붉은색 열매가 가지마다 맺히는데, 구슬이 달린 듯 영롱한 매력이 있다. 

괴불나무 꽃; 흰색 꽃이 줄기마다 피어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괴불나무 꽃; 흰색 꽃이 줄기마다 피어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괴불나무 열매; 영롱한 붉은색 열매가 가지마다 달린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괴불나무 열매; 영롱한 붉은색 열매가 가지마다 달린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댕댕이나무, 구슬댕댕이, 괴불나무는 작지만 강인한 모습으로 우리 산림을 지켜 온 귀한 우리나무이다. 강하지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품고 있으며 가을에 맺히는 열매는 붉은색, 남보라색 보석과 같이 영롱한 매력이 있다.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는 시기에 우리 주변에서 댕댕이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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