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의료진들, 출처-뉴시스]
[사진-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의료진들,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진료 면허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의사면허만으로 개원과 독립진료 역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을 쫓아내는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의료 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료법 제정 당시의 면허 체계가 (바뀐 것 없이) 이어져 왔고, 독립적 진료 역량을 담보하는 데 미흡했다”라며 제도 도입의 취지를 밝혔다. 제도가 도입되면 임상경험이 없이 의대만 졸업한 의사들이 개원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가 제한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면허를 받는다. 수련의·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개원하여 일반의로 진료할 수 있다. 그동안은 의대 졸업생 약 90%가 수련 과정 후 개원했기 때문에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문제는 최근에 별도의 수련 과정 없이 의사면허를 받자마자 바로 개원하여 진료를 시작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면허를 받은 해에 일반의로 근무를 시작한 비율이 2013년 약 12%에서 2021년 약 16%로 높아졌다.

강슬기 복지부 의료인력 혁신과장은 브리핑에서 “환자의 안전을 고려했을 때 6년간 의대 교육 과정만 이수하고 바로 독립적으로 개원하거나 진료할 경우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말을 의료계에서도 많이 해왔다”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미국·캐나다·일본 등 많은 국가에선 의대 교육과 면허시험은 물론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 교육을 받아야 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영국은 의대 졸업 후 6개 전문과목에 대한 2년간의 임상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의대 졸업생이 실제로 의사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과정으로 임상 기술은 물론 의사소통 기술 등 비(非) 임상적인 역량의 향상도 가져온다.

미국 역시 정부 승인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3년의 임상 교육을 받아야만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캐나다는 의대생이 최소 2년간의 임상 수련 과정을 거쳐야 의사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수련 기간 중엔 의사의 감독하에 ‘교육 면허증’을 발급받아 실습하고, 단독으로는 실습할 수 없다. 

일본과 중국 역시 임상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본은 국가시험을 통과한 의대 졸업생이 대학병원이나 연계 수련병원에서 2년간 임상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고, 중국은 수련병원에서 30개월, 지역 의료기관에서 6개월 등 총 3년간의 임상 수련을 마쳐야 의사로 일할 수 있다.

진료 면허제가 도입되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은 불리해진다. 직접 개원하거나 병원에 취업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공의들을 대학병원에 어떻게 해서든 돌려보내려고 내놓은 정책 아니냐”라는 말이 나온다. 

전공의 수련 과정의 변화 없이 진료 면허 도입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병원들이 경영상 이득을 보기 위해 임금이 낮은 전공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상황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 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의 전공의 비율은 상급종합병원이 37.8%, 종합병원이 15.5%에 달한다. 미국 메이오 클리닉과 일본 도쿄대 병원 등 해외 주요 대학병원의 전공의 비율이 1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전공의들은 전임의(임상강사) 및 교수와 비교하면 임금이 낮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20년 기준 국내 인턴과 레지던트의 연봉은 각 6882만 원, 7280만 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임의 연봉 2억3690만 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에 근무시간은 가장 길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2023년 전공의 1만3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한는 전공의가 52%에 달했으며, 평균적으로 주당 평균 77.7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의 진료 면허 도입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20일 “(진료 면허는) 현행 면허 제도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으로, 의료 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환자 보는 의사 배출이 급감할 것”이라며 “현장에 환자 볼 의사가 없어서 2천 명 늘리자고 하는 정부가 지금 당장 현장에 나올 의사를 막고 쫓아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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