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서울 및 인근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주택 공급을 통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계획이지만, 그린벨트 해제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 집값 잡기 나선 정부, 그린벨트 해제 검토

앞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주택정책 협의회를 열고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8·8 대책의 핵심은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날 서울시와 국토부는 그린벨트를 활용한 양질의 주택공급을 위해 신규택지 후보지 선정 사전협의 단계에서부터 긴밀히 협조하고, 11월 후보지 발표 이후에도 지구 지정, 지구계획 승인 등 후속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에 나선 것은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상승세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과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리스크 완화를 위해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금리인하를 시작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이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서울의 경우 전체 면적의 25%에 해당하는 약 150㎢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산지인 서울 북부보다는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가 신규 주택공급을 위한 유력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초구 내곡·우면동, 강남구 세곡동 등이 유력한 그린벨트 해제 대상 지역으로 꼽힌다. 

◇ 그린벨트 해제하면 집값 하락, 사실일까?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가 실제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느냐다. 당장 과거 서울 그린벨트 해제 사례를 돌아보면, 해제 후 집값이 하락한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 2.5㎢의 그린벨트를 해제했으며, 2010년에는 서울 내곡·세곡지구에서 총 132만㎡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2012년에도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강동구 고덕동·강일동·상일동 일대 147만㎡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전후해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은 하락했을까?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하는 종합주택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강남·서초구 그린벨트가 해제된 2009년 9월 지수는 83.6이었으나 이후 2010년 2월 84.5까지 상승했다. 1년 뒤인 2010년 10월에는 83.2로 다시 하락했으나,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2012년 12월 강동구 그린벨트 해제 당시도 비슷하다. 2012년 12월 서울 종합주택매매지수는 79.8이었으나 이후 완만하게 하락해 석 달 뒤인 2013년 3월 79.1까지 떨어졌다. 이후 78~79대에서 횡보하던 지수는 2014년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해 3년 뒤인 2015년 12월에는 83.2까지 다시 올랐다. 

장기적으로 봐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이 집값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2021년 발간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50년 정책변천사’ 보고서에서 그린벨트 해제 후 2012~2016년 입주가 진행된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의 집값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1㎡당 매매가격은 2013년 830만원에서 2018년 1465만원까지 급등했다. 세곡동의 1㎡당 매매 가격은 2014년 말 521만원에서 2018년 3월 782만원으로, 자곡동은 2016년 말 810만원에서 2018년 3월 944만원으로 올랐다.

보고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외곽지역의 대규모 신규 개발은 서울시가 지향하는 기성시가지의 기반시설과 가용지를 활용한 도시재생, 역세권 중심의 도시공간구조 등과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추가적인 기반시설 공급이 필요한 외곽지역의 신규 개발보다 역세권 개발, 정비사업, 저이용·유휴 토지 활용 등 기성시가지 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택 공급방식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진현화 국토부 제1차관은 “국토부와 서울시는 국민 주거안정이라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재건축 속도제고, 공공주택 신축매입, 그린벨트 활용 등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대책들을 함께 강구해 왔다”며 “서울 도심 내 우수한 입지조건을 활용하여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긴밀히 협조하고, 서울시의 저출생 대책 중점사업 중 하나인 장기전세주택 공급 등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꺼낸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효과를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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