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잎: 가장자리에 까락처럼 뾰족한 톱니가 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상수리나무 잎: 가장자리에 까락처럼 뾰족한 톱니가 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코리아] 올해는 유독 긴 장마가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폭우와 거센 바람은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한여름 성장하는 나무들에게도 힘든 시간이 된다. 모쪼록 우리들도, 우리 나무들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세계적인 건축물하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이집트 카이로 기자의 대피라미드 등이 생각난다.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 전에 사람들이 만들어낸 건축물이다. 위대한 건축물이 주는 웅장함과 그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땀흘린 사람들의 노력에 경외감이 든다. 그렇다면 자연이 만든 건축물, 살아있는 건축물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나무 그 자체가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아파트와 같은 ‘초록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를 살펴보면 건축물의 뼈대에 해당하는 큰 줄기가 있다. 줄기를 해부해 보면 다양한 나이테가 보이는데,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오래전에 만들어진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두운 색을 띤다. 나무의 바깥쪽인 나무껍질에서는 계속해서 한층 한층 세포가 쌓이는 과정이 일어난다. 건축물의 뼈대에 어울리게 나무의 골격을 이루는 줄기는 대부분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어 견고하면서도 에너지 소모는 거의 없는 공간이다. 나무의 바깥쪽에는 작은 가지 끝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잎이 달려 있다.

필자의 생각에 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과 유사하다. 살아있는 세포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 나무는 햇빛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줄기를 지탱하는 뿌리가 있다. 뿌리는 땅속 깊이 자리 잡고 있어 지상부의 줄기와 잎을 지탱하는 동시에 토양에 있는 양분과 물을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잎으로 보내준다. 뿌리는 집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기반이면서 집마다 상수도관을 통해 물과 가스를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나무는 사람이 지은 것과는 다르게 살아 숨 쉬면서 시간에 따라 그 모양을 변화시키고 길게는 수천 년을 이어오는 자연이 지은 건축물이다. 오늘은 ‘초록건축물’ 중에서 듬직한 우리나무로 상수리나무를 소개하고자 한다.

상수리나무 수형: 곧게 자란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상수리나무 수형: 곧게 자란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상수리나무 나무껍질: 두껍게 발달하지만 폭신하지 않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상수리나무 나무껍질: 두껍게 발달하지만 폭신하지 않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나무껍질: 매우 두껍게 발달하며 폭신하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나무껍질: 매우 두껍게 발달하며 폭신하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상수리나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피난을 간 선조의 수라상에 상수리나무 열매로 만든 도토리묵이 올라갔고, 전란 후에도 수라상에 자주 올라 ‘상수라’라고 불린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상수리나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참나무 중 하나로 열매의 맛도 좋지만, 나무가 곧고 듬직해서 목재 가치가 뛰어난 나무 중 하나이다. 오래된 상수리나무는 나무높이가 20∼25m, 가슴둘레 너비가 1m에 달한다고 보고된다.

상수리나무와 매우 유사한 나무로 굴참나무가 있다. 굴참나무는 나무껍질이 두껍게 발달하는데 세로로 골이 파인 모양을 보고 ‘골참나무’라고 부르던 것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굴참나무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나무 중 나무껍질(코르크)을 두껍게 만드는 대표적인 나무로, 손으로 힘을 주어 눌러보면 살포시 들어가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또한 상수리나무와 잎 모양이 매우 유사하지만, 잎 뒷면에 털이 많아 하얀색으로 보여, 연두색으로 보이는 상수리나무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굴참나무 역시 곧고 듬직하게 자라는 특징이 있어 우리나라 참나무 중 목재 이용을 위해 조림하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굴참나무 잎(좌), 상수리나무 잎(우): 잎 뒷면 색이 다르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잎(좌), 상수리나무 잎(우): 잎 뒷면 색이 다르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열매: 도토리 아래 성게 모양의 컵이 발달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굴참나무 열매: 도토리 아래 성게 모양의 컵이 발달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우리 땅에서 살아온 상수리나무, 굴참나무와 달리 미국에서 들어온 참나무로 루브라참나무가 있다. 루브라참나무는 라틴어로 붉다를 뜻하는 ‘rubra’라는 외국 이름을 우리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나무의 안쪽 부분이 붉은 갈색을 띠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루브라참나무는 1926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이 위치한 홍릉수목원 견본원에 처음 심겼다. 1972년부터는 우리나라의 주요 조림수종으로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본격적인 적응성 검증을 시행한 결과 우리나라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루브라참나무의 열매는 우리나라 상수리나무, 굴참나무에 비해 탄닌 성분이 많아 쓴맛이 강하다. 이처럼 열매는 쓰지만,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듬직하게 잘 자라는 귀한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루브라참나무 잎: 깊게 갈라진 모양이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루브라참나무 잎: 깊게 갈라진 모양이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루브라 참나무 나무껍질: 두껍게 발달하지 않는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루브라 참나무 나무껍질: 두껍게 발달하지 않는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처럼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루브라참나무는 목재 가치가 우수한 대표적인 용재수이다. 또한 초록건축물로 나무의 듬직함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우리 나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 우리나라 참나무뿐만 아니라 루브라참나무처럼 우리 땅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외국수종의 적응성을 검증하여 우수한 나무를 선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폭우와 더위로 지쳐가는 여름 우리 주변에서 상수리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 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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