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거리로 나온 삼성전자 노조 = 뉴시스
24일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구호 외치는 삼성전자노조 = 뉴시스

[이코리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처음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 모여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사측이 교섭에 아무런 안건도 준비하지 않고 나왔다며 사측에 파업 선언에 대한 책임을 돌렸다. 노조는 우선 전 조합원이 6월 7일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단체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2만 8천여 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약 22%를 차지하며 대부분 반도체 분야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편 삼성전자 DX부문, 삼성디스플레이 등 5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한 삼성의 또 다른 노동조합인 삼성 초기업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파업선언에 대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이 목적이 아닌, 상급단체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초기업노조는 단체행동권인 파업을 삼성전자 최초로 시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원하지만, 단체행동을 함에 있어 직원 및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뉴시스
29일 진행된 전국삼성전자노조 기자회견 = 뉴시스

외신과 해외 기술업계 역시 이번 파업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의 메모리 칩 생산업체인 만큼, 이번 파업이 주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와 삼성전자의 노동환경에 주목하는 시선이 함께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 원의 적자를 내는 등 불황을 겪었던 삼성전자가 AI 열풍을 타고 상황을 호전시키던 상황에서 벌어지는 파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이코리아>는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다음날인 30일 이에 대해 다룬 주요 외신을 살펴봤다.

로이터는 “이번 파업 발표는 세계 최대 칩 제조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이 첨단 반도체 칩을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삼성은 지난주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반도체 사업부 수장을 교체했다.”라며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 삼성전자 노조 가입률의 증가는 최근 삼성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과 같은 사업 경쟁력 저하와 삼성전자가 직면한 각종 법적 문제로 인한 근로자들의 불만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CNN 역시 최근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던 삼성전자의 상황을 짚고 넘어갔다. “세계 최대의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역사적인 컴퓨터 칩 부족 사태를 겪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자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약해지면서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라며 “하지만 AI 붐으로 인해 삼성의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스마트폰과 같은 신제품 출시로 올해 모바일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만약 파업이 진행된다면 이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첫 파업이 될 것이며, AI 붐으로 첨단 칩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려는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에게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BBC는 “수천명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55년 전 창립 이래 한국의 거대 기술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첫 파업을 선언했다.”라며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메모리 칩, 스마트폰, TV 제조사다. 분석가들은 전면적인 파업이 회사의 컴퓨터 칩 제조에 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거의 매년 파업을 진행해온 현대차와 달리 삼성 경영진은 파업 사태를  겪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삼성에서 사상 최초로 벌어진 이번 파업으로 주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 가디언은 이번 파업에 대해 전하며 삼성전자에 오랜 기간 노조가 결성되지 않았던 역사적 배경에 주목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 하나이며, 엔비디아 같은 업계 선두 업체의 최고급 AI 하드웨어를 비롯해 생성형 AI에 사용되는 하이엔드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전 세계 유일한 기업 중 하나다.”라며 “비평가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거의 50년 동안 직원들의 노조 결성을 피하고 때로는 폭력적인 전술을 채택하면서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및 반도체 제조업체로 성장해 왔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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