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 대표를 만나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언론은 갈등 해소의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소통과 전공의들의 계속된 반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전공의들에게 의료현장 복귀를 권고한 지 사흘 만이다.

◇ 의대 증원 관련 보도, 윤 대통령 동정에 초점

지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의대 증원’을 검색하자,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총 1918건의 관련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1일 가장 많은 581건이 보도됐으며, 윤 대통령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만난 4일에도 341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의대 증원 관련 보도에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 키워드는 ‘의료계’였으며, 그 뒤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국민 담화’ 등의 순이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전공의 대표와의 면담 등을 통해 의대 증원 관련 갈등을 주도적으로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주 의대 증원 관련 보도 또한 윤 대통령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차가운 편이다. 우선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의 경우, 지나치게 일방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이미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 성찰과 변화의 메시지는 들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원칙과 의지만 강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담화에 앞서 최소한 이 문제를 풀 실마리라도 마련했어야 한다”라며 “.그런 사전 준비 없이 의사들을 향해 ‘통일된 안을 가져오라’며 공을 넘겼다 ... 의·정 대치가 장기화하면 손해는 결국 애먼 국민이 입게 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대통령의 담화에는 정부 발표 이후 치열하게 전개됐던 사회적 논의 과정에 귀 기울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라며 “이러니 불통 정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의료계와의 대화가 절실한 국면에서 의료계를 향해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지 않겠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야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의사들을 밥그릇 챙기려는 직역 이기주의자들로 몰아세우면 가뜩이나 정부의 일방적 증원 발표에 마음 떠난 이들이 어떻게 돌아오겠나”라고 반문했다.

 

1~5일 보도된 의대 증원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5일 보도된 의대 증원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성과 없이 끝난 尹-전공의 면담, 언론은 ‘기대 반 우려 반’

대국민 담화 발표 후 사흘 만에 이뤄진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간의 면담에 대해서도 언론의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언론은 대체로 이번 면담을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지다. 중앙일보는 5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회동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선 ‘밀실 만남’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양측 모두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라며 “그러려면 한발씩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고집하지 말고, 의료계는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실을 인정해야 맞다. 그게 대화의 출발점”이라며 “윤 대통령과 의사들은 무엇보다 의료진이 계속 빠져나가는 병원을 보며 불안해 하는 환자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계에 다시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의대 증원 2000명 숫자에 대한 정부의 비타협적인 자세와 함께 의료계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의대 증원 철회 주장만 해온 것 역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의대 증원 규모에 문제가 있다면 의료계가 합리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통일된 안을 갖고 와달라는 대통령 주문도 일리가 있다”라며 “지금부터라도 전공의, 의대 교수, 개원의, 의대생 등의 의견을 모아 단일안을 내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면담에 실망감을 드러나는 매체도 있었다. 실제 박 위원장은 면담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정부와 의료계가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경향신문은 4일 사설에서 박 위원장의 소셜미디어를 인용하며 “윤 대통령은 원칙적 예우에 그쳤고, 박 위원장은 비관적 전망을 표출한 것이다. 쟁점인 증원 문제에서 접점과 성과가 없었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2000명 빗장’의 불씨를 지핀 윤 대통령과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대화의 물꼬만 열고, 의·정 협의체 구성·참여나 의료현장 복귀 소식 없이 첫 대화가 끝나버린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사전투표 전날 충분한 절충 준비 없이 ‘총선용 그림 만들기’에 집착했다는 비판대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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